지팡이를 짚고 보따리를 멘 해월 최시형을 표현한 박홍규의 목판화

30년 가까운 잠행의 길, 해월은 보따리를 메고 사람과 사람 사이로 가르침을 전했습니다.

《최보따리》, 2014 · 35×57㎝ · 목판화박홍규

해월 최시형 · 1827—1898

도망자의 길에서
사람의 길을 묻다.

농민의 아들, 종교인, 사상가. 동학의 두 번째 지도자였던 해월은 오랜 피신 속에서도 사람을 만나고 가르침을 생활의 언어로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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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숨는 삶이 아니라
잇는 삶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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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4년 수운 최제우의 순도 이후 동학은 해체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해월은 관의 추적을 피해 거처를 옮기면서도 흩어진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조직을 이어갔습니다. 이 이동의 시간은 그의 사상이 관념이 아니라 밥과 노동, 가족과 공동체의 언어가 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1. 경주에서 태어나다
  2. 동학에 입도해 수운 최제우에게 가르침을 받다
  3. 동학 북도중주인에 임명되고 8월 14일 도통을 잇다
  4. 『동경대전』과 『용담유사』 간행의 기반을 마련하다
  5. 삼례·광화문·보은의 교조신원운동을 이끌다
  6. 동학농민혁명운동의 격동 속에서 북접을 이끌다
  7. 의암 손병희에게 도통을 전수하다
  8. 원주에서 체포되어 서울에서 교수형을 당하다

세 개의 얼굴

한 사람을
한 이름에 가두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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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평민 철학자

생활인의 감각에서 출발해 밥과 노동, 일상의 수고를 사상의 중심에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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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은 스승인 수운의 ‘시천주(侍天主)’를 ‘양천주(養天主)’로 계승하며, 하늘과 사람의 범위를 더 넓혀 사람과 사물, 천지를 공경의 대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출발점은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지키는 수심정기(守心正氣)입니다. 그 마음으로 다른 사람과 뭇 생명을 대할 때 공경은 관념을 넘어 일상의 태도가 됩니다.

그에게 수도는 마음을 맑고 온화하게 돌보면서도 고립된 자기중심성을 넘어서는 실천이었습니다. 나와 한울, 나와 만물이 서로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고 삶에서 드러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평범한 빈농 출신의 해월은 스승인 수운 최제우 선생의 가르침을 생활 속으로 옮겼습니다. 오랜 피신 속에서도 공경과 살림을 몸소 실천했고, 동학이 평범한 사람의 삶과 만나는 길을 넓혔습니다.

02

동학의 두 번째 지도자

스승의 가르침을 계승하면서 조직과 수행, 생활 규범으로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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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4년 수운 선생의 순도 이후, 해월은 관헌의 추적을 피해 거처를 옮기면서도 흩어진 교인들을 다시 만나고 조직을 이어갔습니다. 모임과 직책을 정비하고,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를 간행해 스승의 가르침을 함께 읽고 전할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자란 동학 조직은 1892~1893년 스승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는 교조신원운동에서 교인들의 요구를 모으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또한 1894년 동학농민혁명 때에도 동학을 하는 동덕들은 격동의 역사에 참여했습니다.

해월은 1897년 의암 손병희에게 동학의 도통을 전했습니다. 해월의 순도 이후 의암 손병희는 교단을 다시 정비했고, 1905년 동학을 천도교로 개칭했습니다.

천도교의 지도자와 교인들은 이후 독립운동에 참여했고, 기독교·불교계와 함께 3·1운동을 준비했습니다.

03

오늘날 다시 읽는 사상가

존엄·아동·생명·생태·협동이라는 오늘의 질문을 통해 새롭게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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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은 하늘과 사람뿐 아니라 사물까지 공경하는 ‘삼경(三敬)’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천식천(以天食天)’은 한 그릇의 밥에도 햇빛과 흙, 물과 농부의 수고가 함께한다는 상호 관계도 이야기 합니다.

무위당 장일순은 해월의 생각을 어려운 교리가 아닌 밥과 이웃의 언어로 풀어냈습니다. 그는 원주에서 여러 사람과 만나 생명과 협동을 이야기했고, 서로 다른 종교와 사상을 가르기보다 함께 살아갈 길을 찾았습니다.

시인 김지하도 동학의 생명사상을 자신의 시와 사유 속에서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김지하의 작품에서는 자연을 이용할 대상이 아니라 아픔을 함께 느끼고 공경할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원주의 농민운동·협동조합 활동,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한살림의 실천과도 만났습니다. 농민과 시민, 종교인과 활동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뜻을 보태며 해월의 가르침을 오늘의 실천으로 바꿨습니다.

오늘 해월을 다시 읽는 일은 좋은 먹거리를 나만 누리는 데서 멈추지 않습니다. 밥을 만드는 사람과 땅,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각자의 자리에서 존중받도록 무엇을 바꿀지 묻는 일입니다. 그의 사상이 지금에도 살아 있는 이유를 이 질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더 깊이 읽기

책으로 만나는 해월

해월의 삶과 생각을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책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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